일본여행

가루이자와에서 맛보는 삶의 휴식

나가노현 동부에는 도쿄에서 전철로 불과 1시간 정도 거리에 인기 리조트 지역인 ‘가루이자와’가 있다. 황족이나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도 사랑하는 이곳은 ‘리조트’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삶의 휴식을 위한 최고의 장소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가루이자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어 보자.

 

편안한 시간이 흐르고, 품위 있는 분위기로 가득 찬 가루이자와는 일본 최고의 리조트 지역이다. 특히 여름은 가루이자와의 베스트 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역 나가노 신칸센 21번 플랫폼. 파란색과 흰색의 투톤 칼라 신칸센 ‘아사마’에 오른다. 편안한 시트에 몸을 맡기고 커피를 마시며 시속 260km의 차창을 즐겨 본다. 가루이자와까지는 도쿄에서 약 1시간만에 도착한다.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 차가운 공기에 휩싸이며 ‘도쿄와는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간토 지역을 관광할 때에는 JR 칸토에어리어 패스를 함께 이용하면 알뜰 여행이 가능하다.)

레트로한 분위기의 옛 역 건물을 바라보며 어느 정도 가다 보면 ‘가루이자와 긴자’라고 불리는 번화한 상점가가 나타난다. 이곳은 ‘구 가루이자와’로 불리는 가루이자와의 중심부라고 한다. 앤틱 가게와 고급 브랜드숍, 멋진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다. 아이쇼핑을 즐기며 조금 더 가면 숲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일본이 아닌 어딘가 유럽의 숲처럼 어스레하고 신비함마저 느껴지는 숲이다. 전나무와 낙엽송이 있는 숲 속, 풀이 우거지고 이끼가 낀 이곳은 역사 깊은 별장지이다. 고풍스러운 서양식 저택에서 모던 하우스까지 다양한 별장들이 조용한 분위기의 숲 속에 자리잡고 있다. 길을 더 가니 웬일인지 점점 풍경이 하얗게 바뀐다. 가루이자와의 명물인 안개다. 안개는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데려가 주는 듯 하다.

가루이자와에서의 피서는 일본인에게 최고의 이상 중 하나이다. 일본의 정치가와 정계 인사들, 문화인들도 별장을 짓고 여름을 쾌적하게 보내고 있다. 현재 일본의 천황이 황태자였던 1958년, 황후인 미치코와 처음 만난 곳도 가루이자와였다. 숲 안쪽에는 존 레논이 즐겨 찾았던 만페이 호텔도 있다. 그 커피 하우스에 가만히 있자니 시간이 정지된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최고의 호사임에 틀림없다. 존 레논이 가족과 함께 이 커피 하우스를 즐겨 찾았던 것도 이해할 만 하다. 가루이자와는 숲 산책으로 시작하여 숲 산책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이 숲에는 가루이자와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인 쇼 기념 예배당, 미국 건축학회상을 수상한 안토닌 레이먼드의 성 바울 카톨릭 교회 등의 대성당과 구 가루이자와 모리노미술관 등의 명소가 있다. 가루이자와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자 중요문화재인 ‘구 미카사 호텔’도 근처에 있어, 상쾌한 가루이자와의 자연과 독특하고 멋진 거리를 모두 즐길 수 있다.

교외의 관광지로 향하기 위해 택시를 잡는다. 자동차가 산을 오르더니 어느새 인적이 없는 고개에 다다랐다. 나가노현과 군마현의 경계에 있는 ‘우스이 고개’라는 곳이다. 탐험하는 기분으로 임도를 달리다 보니 광대한 ‘미하라시다이’에 도착했다. 표고 1200m에서 미나미 알프스와 아사마 산 등 주변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며 절경을 이룬다. 다양한 푸르름의 농담을 둘러보자니, 마치 세계의 지붕에서 세상 밑을 내려다 보는 듯한 최고의 기분이 들었다.

한참 풍경을 즐기고 택시로 돌아가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숲 속을 달리는 가루이자와의 택시는 도시보다 훨씬 저렴하다. 전속 운전수를 얻은 듯한 기분으로 유명한 경승지인 ‘구모바 연못’, ‘시라이토노 폭포’, 용암에 의한 특이한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오니오시다시원’, 호반의 레저 지역인 ‘가루이자와 탈리에신’ 등 가루이자와 주변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시라이토노 폭포에서는 정겨운 냇물 소리에 끌려 작은 강을 더듬어 가니 기분을 안정시켜 주는 온화한 물의 스크린과 만날 수 있었다.

가루이자와가 일본 리조트 웨딩의 발상지로 유명하다고 들었기에, 결혼식장으로 유명한 ‘Stone Church’를 찾았다. 돌과 유리 아치로 이루어진 예배당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청아한 물소리가 퍼지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 신비한 공간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축복을 받으며 소중한 사람과 맹세를 나누면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뛴다. 이 근처에는 숲과 맑은 물로 둘러싸여 있고 목조 점포가 늘어선 ‘Harunire Terrace’가 있어 숲 속에서 여유롭게 쇼핑과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어느새 밤이 찾아 왔다. 오늘밤 묶을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 리조트 ‘HOSHINOYA Karuizawa’를 향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산 골짜기에 일본 스타일 산장들이 별처럼 강가에 흩어져 있다. 그 사이 사이에는 좁은 길이 나있고, 작은 다리가 있고, 계단식 논들이 펼쳐진다. 외국인인 나에게는 신선한 풍경으로 비추어지면서도 왠지 정겨운 느낌이 든다. ‘아직도 내가 알지 못하는 매력을 가진 일본이란 이런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느긋하게 온천에 몸을 담그고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이것이 일본의 리조트라는 것을 절감하니 깊은 감동이 솟는다. 도시형 ‘관광’과는 다르게 리조트는 호사롭게 삶의 휴식을 취하는 장소이다. 이런 우아한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가루이자와라는 곳은 진정한 리조트임에 틀림없다. 내일은 가루이자와의 북쪽에 있는 일본 유수의 온천지 ‘구사쓰 온천’에 갈 계획이다. 이윽고 나는 깊은 잠에 빠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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